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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남녀 사이에는 애당초부터 애정이란 것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동굴 속에서
전개되었던 끔찍끔찍한 한 막의 벌거숭이 연극… 그것은 두 젊은 남녀들이 꼭같이 어
떤 극약의 힘에 마취되어 억지로 저지른 일이었으니, 소세옥의 잘못이라고 돌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또 매약화 아가씨로 말하더라도, 거기 대해서 부끄러움이나 모욕감이나
죄의식을 느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일이다.그러나 소세옥은 소세옥대로의 남다른
사고 방식이 있었다.그가 비록 무예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개 청년이라고는 하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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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을 적부터 벙어리 유모에게 적지 않은 시서(詩書)를 공부한 몸이었다. 여자란 정조가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매약화 아가씨와 저지른 끔찍하고 소
름 끼치는 벌거숭이들의 행동은, 그것이 자의에서였든, 타의에 의해서였든 남아대장부
로서 거대한 책임과 의무를 느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버릴 수 없었다. 더군다나 매약
화 아가씨는 무예계 명문(名門)에서 태어난 여자다. 일을 저질러 놓고 나서도 이 아가씨
역시 그것을 치정이라 비웃기에는 너무나 열렬한 애정을 표시해 주지 않았는가?그 소
남아 대장부는 무슨 일을 저질렀든, 거기서 도피를 꾀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세옥의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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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굳은 신념이었다. 하물며 자기 자신의 생명이 고작해야 두서너 시간밖에 없다는 것
을 알고 있음에랴!설사 자기가 강주 아가씨와 비운에게 자초 지종 경위를 자세히 고백
하고 설명해서, 두 여자들이 자기를 용서해 준다손 치더라도, 이 두 여자들 역시 자기의
목숨을 구출해 줄 힘은 없는 것이다.만약에 자기가 자기를 열렬히 사랑해 주던 강주 아
가씨의 신변에서 숨을 거둔다면, 강주 아가씨는 자신도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애통
하여 마지않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역시 매약화 아가씨를 찾아서 두 사람이 동굴 속
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 동굴문을 막아 버리고 거기서 조용히 죽어 가는 것만큼 떳떳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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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혼자서만 이 세상에 살아 있기 싫다는 결심이 점점 더 굳
어졌기 때문에, 소세옥은 눈물을 머금고 강주 아가씨를 매정스럽게 대했고, 두 사람의 애
정을 깨끗이 끊어 버리려고 했던 것이다.기실, 소세옥의 괴로운 심정은 죽음보다도 더 견
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을 자세히 판단
할 만한 마음이나 시간의 여유가 너무나 없었다.그는 가시 덤불, 잡초, 그리고 바윗돌 틈
바구니를 닥치는 대로 마구 더듬어 나갔다. 얼마나 되는 길을 걸었는지 그것도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어느틈엔지 그는 한줄기 가느다란 시냇물 줄기가 흘러 내리는 근처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