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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 죽어 자빠져 있으니, 응당 몇 사람은 남아서 이 많은 시체들을

수습하고 있어야 말이 될 것이 아닌가?무영객 하나를 추격하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시체

를 숲속 거친 빈터에 내동댕이쳐 버리고 갔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으로 말하면, 무예계에서 명성을 떨친 지 이미 이십여 년이나 되는 인물이

다. 평생에 무예계에서 치열하고 잔인하고 악독하다는 결투의 수단방법을, 그리고 그 장

면을 무수히 목격해 왔다. 그러나 현재 그의 바로 눈 앞에 전개되어 있는 각파의 고수급

인물 아홉 명이 처참하게 죽어 넘어진 꼴은, 실로 그의 평생에 상상도 못해 보고 목격하

지도 못한 끔찍끔찍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일파의 영도자라는 위치와 신분에 있는 매

소천으로서도 가슴이 울렁울렁, 전신이 후들후들 떨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차마 눈

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그는 연방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탄식하여 마

지않을 뿐이었다.내심 생각했다.’무영객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이 신출 귀몰하고 신비스럽

고 오묘불가사의해서 정말 천하무적이라면, 우리 화산파가 달려왔었다 해도 역시 이런

처참한 꼴을 당하고 도주도 못했을 것이 아닌가?’매소천이 이런 기막히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을 때, 난데없이 등덜미에서 살랑살랑 불어 오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몹시 당황했

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을 홱 돌이키며 옥통소를 번쩍 쳐들어 번갯불처럼 마구

휘둘렀다.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불호(佛號)를 중얼대는 음성이 들려 왔다.”나무 아미타불

! 매소천 두령님! 소승이 문안 드리오.”매소천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내다봤다.알고

보니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얼굴이 아주 인자하게 생긴 늙은

여승(女僧)이 한 사람 서 있지 않은가.그리고 여승의 옆에는 전신에 보랏빛 옷을 입은 아

가씨가 하나 찰싹 붙어 서 있었다.매소천으로서는 생면 부지의 여자들이었다.그 여승은 매

소천에 대해서, 한편 손만 가슴에다 대고 인사를 표시했다.매소천은 그제서야 방금 극도로

긴장했던 자기의 태도가, 일파의 영도자로서 체통을 잃은 행동이라고 뉘우쳤다. 어색한 표

정을 하고 선뜻 두 손을 맞잡아 흔들며 정중하게 읍을 했다.”이 매소천의 경솔했던 행동을

과히 꾸지람하지 마십시오.”그 여승은 처참한 꼴을 차마 볼 수 없다는 슬픈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숲속에 즐비하게 나자빠져 있는 시체들을 한 번 주욱 휘둘러봤다.긴 한숨을 땅이

꺼질 듯 내쉬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그건 매소천 두령님이 경솔했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오. 누구든지 이때 여기서는 눈에 띄는 것이 모두 소름 끼치는 무시무시한 광경뿐이고 한

그루 나무, 한 포기 풀조차 모조리 적(敵)으로만 보이게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