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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흰 바탕에 빨간 실로채봉(彩鳳)을 수놓은 깃발이 꽂혀서 바람에 멋들어지게 휘날렸다.
사마림 아가씨는 물론 그 화려한 마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 까닭이 없었다.물론, 그 채
봉을 수놓은 깃발이 뭣을 대표하는 표적인지도 몰랐다.그러나 연비는 그 봉황을 수놓은 깃발
을 힐끗 바라다보는 순간, 웬일인지 얼굴빛이 핼쑥하게 변했다.별안간 오른팔을 홱 뻗치더니,
사마림 아가씨의 가냘픈 허리를 움켜잡고 소리를 벌컥 질렀다.”빨리, 저편으로 물러가 계십
쇼!”몸을 홱 돌리는 순간, 연비는 사마림 아가씨를 힘껏 밀어서 숲속으로 처박아 버렸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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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자기 자신도 몸을 훌쩍 날려서, 사마림 아가씨의 뒤를 쫓아 숨어 버렸다.사마림 아가씨는 느
닷없이 연비가 허리를 힘껏 밀쳐 버리는 바람에, 몸을 날려 움직여 볼 겨를도 없이 숲속으로 나
둥그러지고 말았다. 연비가 별안간 왜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자기를 숲속으로 밀어 넣는지 그
까닭을 생각할 만한 겨를도 없었다.연비는 사마림 아가씨의 뒤를 물아 날쌔게 숲속으로 뛰어
들자마자, 지극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허둥지둥 말했다.”아가씨! 저 마차 안에 않아
있는 게 바로 천수관음 손추평입니다. 우리 빨리 달아나십시다!”그러나 사마림 아가씨는 마차
를 달리고 있는 주인공이 손추평이라는 말을 듣자, 도리어 냉소를 금치 못했다. 한동안 백설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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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횐 이빨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다가 다부지게 말했다.”그 여자가 그렇게 무서우면, 젊
은 친구는 혼자서 먼저 가란 말이야! 나는 그 여자를 한 번 만났으면 하던 차였으니까, 도리
어 잘 된 셈이지!”연비는 두 눈을 커다랗게 부릅떴다. 그러고는 마치 애원이나 하듯 조용조용
히 말했다.”아가씨! 천수관음 손추평이라는 여자는 손끝이 맵고 모질기로 유명한 존재입니다
! 전신이 모두 비밀 무기로 뭉쳐진 것 같은 여자입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그 여자가 몸을 한
번 꿈틀하기만 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형체도 없는 비밀 무기가 상대방에게 발사
되어서, 도저히 막아낼 만한 틈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미 삼보고찰에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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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작정을 했으니, 지금 당장은 그 여자를 섣불리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일 것 같습니다. 급한
일을 다 치르고 나서 일후에 기회를 보아 흑백을 가리셔도 늦지 않을 게 아니겠습니까?”
사마림 아가씨는 여전히 냉소를 터뜨리며 앙칼진 성미를 부리며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리석은 소리가 어디 있어? 그 여자가 그렇게 무섭다면 아예 만나지 않을 생각을
하는 편이 차라리 솔직하지!”연비는 성심 성의껏 호의를 가지고 타이르듯 말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