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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마림 아가씨마저 그 여자의 애절한 통곡 소리에 같이 휩쓸려 들어가

는 것 같은 느낌을 금할 수 없게 되었다.’나는 이번에 천산(天山)에서 내려왔을 때,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결심을 하고 왔는데‥‥‥ 원수놈을 찾아내고도, 나 자신 그놈

의 적수가 될 만한 실력이나 재간이 부족해서 몇 번이나 도리어 원수놈의 수중에 목숨을

빼앗길 뻔한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지 않았던가?’이렇게 생각했을 때, 사마림 아가씨는

이 넓은 천하에서 의지할 곳조차 없는 가련한 신세가 돼버린 자기 자신을 깨닫지 않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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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다. 천하가 넓다 해도 아가씨의 두 눈앞은 막막하게 꽉 막혀 있는 것만 같았다.’어디

로 간단 말인가?’몸 담을 곳조차 없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했을 때, 퍼뜩 눈앞에 떠오르는

청년 연비(燕飛)의 얼굴이 있기도 했다.’그래도 다만 하나 마음을 의지할 만한 연비란 청

년이 있구나!’이렇게 생각했을 때 다소 마음 든든함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

쨌든 무슨 까닭인지도 모르게 사마림 아가씨는 자기 자신이 가련하게만 생각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글썽글썽해졌다. 방성 통곡을 하고 싶은 심

정을 입술을 깨물면서 억지로 참았다. 계곡 어귀에서 천지를 진동하며 요란스럽게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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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많은 원숭이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사마림 아가씨의 귓전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

았다.그 검정 옷을 입은 여자는 한참 동안이나 실컷 울더니 별안간, 옷자락을 걷더니 그

속에 감춰 가지고 있던 서슬이 시퍼렇게 번쩍번쩍하는 비수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앗! 저 여자가?’사마림 아가씨는 대경 실색.그 여자가 침상 위에 정신 모르고 누워 있는

소세옥에게다 칼질을 하려는 줄만 알았다.자기 자신의 신세에 대한 슬픔이 문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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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대뜸 칼끝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꼼짝 말고 가만 있거

라!”말소리와 함께 사마림 아가씨는 번갯불처럼 몸을 날려서 그 검정 옷을 입은 여자에

게로 덮쳐 들어갔다.사마림 아가씨가 목청이 터지도록 호되게 소리를 질러서 듣는 사람의

귓전이 흔들릴 지경인데도, 그 검정 옷을 입은 여자는 아무 것도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

아 보였다.고개도 돌려 보는 법이 없이, 그 컴정 옷의 여자는 서슬이 시퍼런비수 한 자루

를 손에 꼭 잡은 채, 사마림 아가씨가 가로막고 덤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