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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원곡(千猿谷)에다 초가집간이라도 마련해 두지 않았다면‥‥‥ 천하가 아무리 넓다 해도

, 이 늙은 것은 몸 담을 만한 곳도 없을 뻔했소!”사마림 아가씨가 별안간 이상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선배님께선, 어떻게 해서 매약화 아가씨와 또 그 소세옥이란 분과 모두 여기

함께 계시게 된 거죠?”담경영 여사는 눈물로 젖은 손수건을 움켜쥐고, 힘없는 음성으로

대답했다.”일이 아주 공교롭게 되었소. 그날 나는 혼자서 훌쩍 자리를 떴을 때, 본래는 곧

장 이 천원곡으로 달려와서 숨어 버리려고 했더니, 뜻밖에도 계곡 어귀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곳에서 소세옥과 매약화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거든. 그제서야 나는 소세옥이 그

사람 같지 않은 정기봉을 추격해 가다가 돌연 부상을 입고 땅바닥에 나둥그러져 버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이 늙은 것이 깜짝 놀라 신변 가까이 다가가 보니까, 소세옥

은 무예계에서도 절독(絶毒)이라 일컫는 투심장(透心掌)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소. 그래서

나는 두말없이 그들 두 젊은 남녀를 이 계곡으로 데리고 오게 된 것이오. 이 늙은 것이 이

런 일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무예계에 대해서 잘 보여야겠다거나 용서를 빌자는 그런 치

사스런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고, 우선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편안함을 구해야겠기 때문이

오.소세옥의 부친과 나와는 대대로 내려오며 서로 잘 아는 집안으로서 친하게도 지내던 터

이었으니‥‥‥‥ 만약에 소세옥에게 더 처참한 결과가 닥쳐온다면 이 늙은 것은 황천길에서

“부상을 입은 정도가 아주 심한가요?”담경영 여사는 젖은 수건으로 또 눈물을 닦았다.

“소세옥이란 아이가 워낙 단련한 바탕이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그리고 또 영산의 약초를

먹은 몸이어서‥‥‥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의 몸이었다면 벌써 목숨이 붙어나지 못했을 거

요!”사마림 아가씨에게는 또 한 가지 궁금한 일이 있었다.”선배님께서 이 천원곡에 계시

면, 봉명장 사람들이 모르게 될까요?”담경영 여사는 태연히 대답했다.”물론 알기 힘들 것

이오. 또 설사,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안다손 치더라도 이 천원곡에는 수천, 수만 마리의

원숭이 떼들이 지키고 있으니, 이렇게 극성스런 원숭이들의 눈동자를 피해서 여기까지 침

범할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마 그다지 용이한 노릇이 아닐 것이오. 한군데서 바싹만 해도,

그리고 저희들끼리 경계의 신호만 듣게 되면 즉각에 수천 마리의 원숭이 떼가 한곳으로 몰

려들게 마련이니까‥‥‥‥ 이 원숭이들에게는 무술 재간 같은 것은 없다고 하지만, 두 팔의

힘이 놀랄 만큼 억세어서 바윗돌도 굴릴 수가 있으니까, 무술 실력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