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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저는 그만두겠어요! 어째서 외부사람을 도와주시는 거예요?”현도노인은 여전

히 껄껄대고 웃었다.”얘야! 저분이 너에게 얼마나 양보한 지 아느냐? 만약에 저분이 방금

신영궁의 용음구연(龍吟九淵)이라는 수법을 쓰기만 했다면, 너는 벌써 패배 당하고

혼이 났을 것이다!”소세옥은 노인의 말을 듣고 보니 도리어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

다.내심 생각했다.’틀림없다! 우리 사문(師門)의 용음구연이라는 절학은 흡사 불문(佛門

)의 사자후(脚子吼)와 같이 단번에 상대방을 꼼짝도 못하게 할 수 있는 수법이다! 하지

만 나는 아직도 그런 수법을 쓸 줄 모르는데, 이 노인은 잘못 생각한 모양이구나!’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판에, 현도노인은 소세옥을 쳐다보며 생끗 웃었다.빙여 아가씨는 어

리둥절해서 고개를 쳐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상한 눈초리로 소세옥의 얼굴을

한 번 훑어봤다.”할아버지! 이 젊은 분이 불과 몇 해 동안에 신영시자의 진전(眞傳)인 수

법을 모조리 물려받았다는 건가요?”노인은 여전히 호탕하게 웃었다.”핫! 핫! 핫! 이 할아

비가 너에게 거짓말을 하겠느냐?”빙여 아가씨는 입을 삐쭉하고 웃었다.”그러면 할아버

원숭이가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있던 쟁반 위에서 옥돌로 만든 술잔 하나가 붉은빛을 번쩍

하고 발사하면서 화살같이 소세옥을 향하고 날아들었다.소세옥은 느닷없이 술잔이 자기 얼

굴을 향하여 날아들고 술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을 깨달았을 때 대경 실색했다.첫째 그 술잔

이 날아드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고, 둘째 그것이 한가지의 비밀 무기라고 생각했을 때, 그

술잔을 멋들어지게 받아들지 못한다든지 혹은 슬쩍 피해 버린다든지, 또는 힘껏 내질러

서 땅바닥에 떨어뜨려 버린다면, 자기가 창피를 당해야 되기 때문이었다.그나 그뿐이랴.

이 옥돌로 만든 술잔으로 말하면 천하에 희귀한 골동품일뿐더러, 아가씨가 노인을 대신해

서 한잔 술을 올리겠다고 했으니, 술잔을 못 받고 땅에 떨어뜨려 깨뜨릴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그것을 서투르게 받다가 술을 한 방울이라도 엎지르게 되면 이 역시 현도

노인에게 죄송스런 노릇이 되는 판이다.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나갈 때, 소세옥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오른편 손바닥을 활짝 펼쳐서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을

평평하게 위로 가볍게 쳐들었다.소세옥은 한 번 모험을 해본 것이었다.공교롭게도 그 술

잔은 허공에 뜬 채 잠시 동안 멈추고 움직이질 않았다. 마치, 공중에서 어떤 사람이 그 옥

돌로 만든 술잔을 붙잡고 있기라도 한다는 듯이 ‥‥‥마침내 그 옥돌 술잔은 아주 가볍게 그리

고 쉽사리 소세옥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술잔에 담긴 술은 한 방울도 쏟아지지 않았

.그러나 소세옥의 전신은 식은땀으로 촉촉히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