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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파는 아직도 좀 볼일이 남아 있어서‥‥‥ 다음 기회에 봉명장을 다시 찾아가기로 하
겠소. 그리고 자운이도 당분간 며칠 동안만 내 신변에 있도록 해주시오? 장주의 의견이
어떠실지?”정기봉은 껄껄껄 너털웃음을 쳤다.”자운이란 년이 세심신니님 곁에만 있다면야
, 이 정기봉도 안심이 되지요! 그러면 이 정기봉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정기
봉은 오른손을 높이 쳐들어서 흔들었다.일행 십여 명이 명령 일하에 주욱 그의 뒤를 따랐다.
세심신니는 또 나지막한 음성으로 불호를 외면서 매소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이 노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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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급한 일이 있어서 몇 발자국 먼저 이 자리를 떠야겠소!”매소천은 세심신니가 나타날 때
부터 은근히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만약에 돌발 사태가 있다면 노파의 힘을 빌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간청해 보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급한 볼일이 있어서 자리를 뜨
겠다고 하니, 억지로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또, 세심신니가 칼을 던지고, 무예계에서
은퇴 생활을 해온 지 이미 수십 년, 무예계의 일체 시비 곡절에 알은 체를 하기 싫어하는 노
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런 말을 차마 입 밖에 내놓지 못했다.그러나 무당파의 두
령 제일명이 참다못해서 한 마디를 선뜻 물어봤다.”세심신니께서는 천하제일방의 방주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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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객이란 자가, 과연 누구인지 알고 졔신가요?”세심신니는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
히 대답했다.”이 노파는 이미 바깥 세상에 나오는 일도 별로 없고, 무예계 일이란 자세히 알
수 없소. 단지, 이 노파의 생각 같아서는 그 무영객이란 어떤 고명한 사람의 화신(化身)이 아
닌가 하오. 두 분 두령님들도 조심조심 무예계를 살펴보시면 자연 알게 되실 날이 있을 것
이오.”매소천이 제일명을 곁눈질해 보며 한편 눈을 찡긋하고 또 물었다.”세심신니님이 생각
하시기에는 화신의 주인공인 고명하다는 인물이 누구 같습니까?”세심신니는 담담하게 웃
으면서 대꾸했다.”배(船)는 다리(橋)를 만나면 부딪치게 마련인걸! 이 노파도 섣불리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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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사람이란 말이 많으면 화근을 만드는 법이니까‥‥‥‥”매소천은
가슴이 뜨끔해지는 것을 느꼈다.세심신니의 말투를 들어 보면, 이 노파는 소위 화신을 했다는
고명한 인물이 누군지, 무영객이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단지, 시끄러운 시비
를 일으키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입 밖에 내놓지 않는 모양이었다.또 어떻게 보면, 이 세심신
니라는 노파도 어느 정도 무영객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눈치도 알아챌 수 있었다.제일명이
연거푸 졸라댔다.”무예계에서 전무 후무의 일대 살륙이 발생하고 있는 이 마당에서, 세심신
니님께서는 그만한 자비심도 베푸실 수 없으시단 말씀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