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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고 아가씨는 스승 서기 주총을 따라서 천하를 주름잡고 돌아다니는 동안에 상당히 넓고
깊은 견문(見聞)을 지니고 있었다. 세심암이란 석 자를 듣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놀
라움을 금치 못했다.”아! 이분 스님께서 바로 세심신니님이시군요?”자운 아가씨는 고개를 끄
덕였다.”맞았어, 바로 나의 스승님‥‥‥‥”유사고 아가씨는 대뜸 몸을 일으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정중하게 절을 했다.세심신니는 얼른 손을 뻗어 유사고 아가씨를 부축해 일으켰다.”아가씨! 그
런 예모는 차리지 않아도 괜찮아. 아가씨 스승님의 상처를 치료해 드리는 게 가장 급한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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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유사고 아가씨는 몸을 일으키더니 자운 아가씨의 아래위를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아가씨가 바로 세상 사람들이 자운봉이라 일컫는 정씨댁 언니신가요?”자운 아가씨는 또 고
개를 끄덕끄덕했다.”그래요. 잘 봤어. 내가 바로‥‥‥‥”유사고 아가씨는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했다.”그럼, 아가씨는 소씨(邵氏)라는 도련님의 행방을 아시겠군요?”자운 아가씨는 깜짝 놀랐
다.’누군지도 알 수 없는 이 아가씨가 어째서 소세옥에 관한 일을 묻는 것일까?’긴 한숨을 내
쉬고 나서야 대답했다.”나도 그분을 찾고 있는 참인데, 아가씨는 그분을 만나 본 적이 있었나?”
일찍이 소세옥은 서기와 그의 제자 유사고 아가씨와 함께 있었을 때, 자운 아가씨라는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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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에 관해서 희미하게나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유사고 아가씨는 자운 아가
씨가 누군지 대강 짐작하고 있는 것이었다.유사고 아가씨는 안타깝다는 듯 긴 한숨을 내
쉬며 대답했다.”며칠 전에 우리와 함께 있었죠. 한 번 헤어진 후에는 종무소식이군요.”
이렇게 되어서, 유사고 아가씨는 스승 서기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두 번씩이나 소
세옥과 함께 행동을 하게 됐던 자초 지종 경위를 대강 설명해 주었다.자운 아가씨는 그
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 내심 곰곰이 생각해봤다.’이 아가씨가 말하는 것은 바로 왕영(
王英)이라는 부잣집 도련님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도 역시 마생(馬生)이 변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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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고 변장을 했던 것이 아닌가?’참다못해서 한 마디를 물어 봤다.”그분에게 강주(絳珠
)라는 누이동생이 있었는데?”유사고 아가씨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그건 잘 모르겠지
만, 그런 말을 들은 듯도 하군요. 그분에게는 같은 사문(師門)에서 자라난 누이동생이 함
께 있다구요.”‘같이 자라난 누이동생이 함께?’자운 아가씨는 가슴을 무거운 망치로 호되
게 후려갈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눈물이 주루룩 쏟아져 내렸다.한 가지 사실이 명백히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왕영이란 바로 소세옥이다. 자기와 같이 하룻밤을 한 집에서 지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