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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을 가볍게 움직여서 귀신같이 민첩한 동작으로 비수 끝을 두 손가락으로 꼭 집어

버렸다.무영객은 껄껄껄 웃었다.”못생긴 계집애! 혼이 좀더 나 보지 않고는 말을 순순히

듣지 않겠다는 거지?”유사고 아가씨는 비수 끝을 상대방에게 붙잡혀 버리게 되자, 왼손에

다 전력을 다해서 그것을 뽑아 내려고 몹시 애썼다.그러나 무영객의 두 손가락 사이에 잡

힌 비수끝은 털끝만큼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아가씨는 가슴속까지 후들후들 떨리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손을 뿌리쳐 버리고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그런데 괴상한 사태가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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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발생했다.뒤로 뽑으려는 아가씨의 왼손은 마치 지남철이 쇠에 달라붙은 듯이 비수

자루에서 떨어지지를 않는 것이었다.그것은 이만저만한 놀라움이 아니었다.아가씨는 비

록 무술 재간이 보잘 것 없다고는 하지만, 그만한 경우는 판단할 줄 알았다. 상대방의 진

력(眞力)이 자기의 왼손을 휘말아 버려서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왼손을 뿌리쳐서 뽑아 내리면 왼편 팔뚝마저 부러져야 할 판이었다. 이 순간, 아가씨에

는 그렇게 할 만한 힘도 없었다. 아가씨는 이미 오른팔이 부러져서 움직여 볼 수도 없는

데다가, 이제 왼손마저 상대방의 힘에 말려들고 말았으니 정말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에 빠진 것이다.두 눈에서 눈물만 줄줄 흘러 내렸다. 그래도 악착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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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을 질렀다.”이놈! 빨리 나를 죽여라! 어서 나를 이대로 죽여 다오!”무영객은 시치

미를 뚝 떼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너털웃음만 치면서 대꾸했다.”헛! 헛! 헛!

죽고 싶다구? 죽는다는 것도 그다지 쉬운 노릇은 아니다.”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유사고

아가씨는 갑자기 한 줄기 불덩어리같이 뜨거운 힘이 비수 자루를 통해서 자기 왼손으로

들어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이 불속에 뛰어든 것같이 화끈

화끈 달아 올랐고, 거기다 또 시큰시큰하고 짜릿짜릿하고‥‥‥ 그 괴로움이란 입으로 형

용할 수도 없었다.그러나 괴로움과 아픔은 거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다음 순간에는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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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두 넓적다리까지 장작개비처럼 뻣뻣해져서한 발자국도 움직일 도리가 없게 되

었다.실로,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유사

고 아가씨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기막힌 지경에 빠져 버렸다. 이상야릇하게

도, 그 불덩어리같이 뜨거운 힘은 왼손을 한 번이라도 움직여 보려고 하면 할수록 왈

칵왈칵 전신으로 뻗쳐 나서 전신의 고통을 더한층 혹독하게 했다.아가씨는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온몸을 와들와들 쉴 새 없이 떨면서 입으로는 처량한 신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