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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소천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두 눈이 더한층 휘둥그래졌다. 음성이 떨려 나왔다.”처‥‥‥ 천‥‥‥ 천

각선사! 그 말은 뭣을 의미하는 말씀이오? 어서 속시원히 자세한 말씀을 해주시오!”천각선사는 한

편 손을 높이 쳐들어 쥐고 있던 종잇조각을 흔들어 보였다.”천하제일방 방주란 놈이 이미 두 분 형

들에게 이런 경고문과 지령을 내렸소.”제일명이 손을 뻗쳐 그 종잇조각을 홱 가로챘다. 날카로운

시선이 종잇조각에 적힌 글자들을 단숨에 훑어 내려갔다.제일명은 그종잇조각을 매소천에게 넘겨

주면서, 역시 미친 사람같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우후후‥‥‥ 후후‥‥‥ 후흥! 잘됐다. 무예계의

육대 문파가 우리들 몇몇 변변치 못한 위인들의 손으로 땅속에 매장되어 버리리라고는 꿈에도 생

각지 못했다. 핫! 핫! 핫! 도대체 이것이 우리들 몇몇이 무능한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하늘의 뜻이

무예계의 각파를 멸망시켜 버리겠다는 것일까?”그 침통하고 구슬픈 음성은 듣는 사람의 구곡 간장

을 녹이고야 말듯했다.매소천은 묵묵히 그 종잇조각에 적힌 글자들을 끝까지 훑어 나갔다.별안간

그의 두 눈에서는 번갯불 같은 광채가 화살처럼 줄기줄기 뻗쳐 났다. 그의 매서운 시선은 천각선

사의 얼굴에 꽂혔다. 격분한 음성으로 소리를 벌컥 질렀다.”천각선사! 이 종잇조각은 어떤 놈이

보낸 것이오?”천각선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몸을 돌이켜서, 굵직한 잣나무 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

며 맥이 다 풀린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또 한 가지의 예물까지 곁들여서 보내 왔소.”매소천과 제

일명은 천각선사가 손으로 가리키는 땅바닥을 내려다봤다.”으앗!”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놀라움

을 참을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질렸다.”아앗! 이건 점창파의 학거비 두령?”천각선사는 들릴 둥

말 둥 가느다란 음성으로 천천히 대답했다.”맞았소! 바로 학거비 두령이오.”무당파의 두령 제일명

은 미칠 듯이 왈칵 대들어서 학거비의 콧김을 맡아 보려고 애썼다.그러나 학거비는 이미 숨져 있었

다. 시체에는 아직도 약간 따스한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죽은지 얼마 안 된다는 것을 증명

하고 있었다.제일명은 불길처럼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목청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학거비

두령을 살해한 자는 이미 도망쳐 버렸다는 거요?”천각선사가 침통하고 비장한 표정을 하고 점잖

게 대답했다.”그자는 도주하지 않았소. 아직도 여기 남아 있소.”매소천과 제일명은 무슨 영문인지

도 모르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비로 쓸 듯이 훑어 나갔다.그러나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하

나도 찾아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