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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맞은 음성으로 냉소를 터뜨리는 순간, 일견사 허비는 몸을 날쌔게 훌쩍 날렸다.시커먼
옷자락이 멋들어지게 바람에 펄럭거렸다. 마치 귀신처럼 도깨비처럼, 허비의 몸은 도계원의
신변을 회오리바람처럼 빙글빙글 돌았다.쌩! 쌩!장풍이 매서운 쇳소리를 내면서, 얼음장같
이 차가운 냉기(冷氣)를 풍기면서 사방을 휩쓸었다.철배신타 도계원은 이리 뛰고 저리 피하
고, 몸을 옆으로 뽑고 뒤로 젖히고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하면서 일견사 허비의 장풍의 공격
을 낙타등 같이 불쑥 나온 잔등이로 몇 번이나 막아냈다. 아무런 부상도 입지는 않았지만,
장풍을 막아낸 등이 아파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바로 이 찰나에, 별안간 껄껄대고
웃는 남자의 웃음소리와 깔깔대고 웃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동시에 들려 왔다.”하하하! 핫!
핫!””호호호! 호호호!”주육화상이 봉랑자에게 쫓기다 못해서 또다시 되돌아온 것이었다.
주육화상의 웃음소리가 꽤 오래 계속되면서 말소리도 들렸다.”하하하! 하하‥‥‥ 봉랑자! 여
자들의 마음이 아무리 바늘 끝 같이 모질고 맵다고는 하지만 봉랑자는 그 중에서도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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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단 말이야! 제발, 이 화상을 이번 한 번만 용서해 달라구‥‥‥‥”봉랑자는 하늘 높은 곳을
쳐다보며 간드러지게 웃었다.”오호호‥‥‥ 호호호‥‥‥ 좋아! 좋아! 내 용서해 줄게! 그 대신 나
보고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세 번만 부르란 말이야!”주육화상은 한편으로는 소리를 지르
다른 한편으로는 줄달음질을 쳤다.순식간에 일견사 허비와 철배신타 도계원이 싸우고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비칠비칠하는 걸음걸이로 두 사람의 싸움을 가로막고 중간으로 뛰어들었
다.이때, 마침 허비는 또 한 번 손가락을 불쑥 뻗쳐서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했다. 공교롭게도
허비의 장풍이 주육화상의 등줄기를 맹렬히 찌를 판이었다.”이쿠쿠쿠! 이건, 아니다! 사람
살려라!”주육화상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한 발을 뒤로 홱 뿌렸다.낡은 신짝 하나가
묘하게도 허비의 장풍을 막아내고 붕! 하는 소리를 내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주육화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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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한짝을 벗어 버린 채 날쌘 동작으로 일견사 허비의 등덜미에 가 찰싹 붙어 섰다. 그리고
봉랑자를 바라보며 눈을 찡긋찡긋하면서 소리를 질렀다.”봉랑자! 이제 마음대로 해봐! 나
도 겁날 것이 없으니‥‥‥‥ 그대의 그 무시무시한 독침(毒針)을 막아 줄 사람이 있으니까 말
이야!”봉랑자는 날씬한 허리채를 한들한들 몇 번인지 흔들었다.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뽑
는 순간, 봉랑자는 새파란 소맷자락을 재치 있게 휘둘렀다.한줄기 누런 광채가 무지개처
럼 뻗쳐 나서 곧장 주육화상에게로 쏘아 들어갔다.육화상은 또 고함을 질렀다.“이봐! 봉랑
자! 정말 모진 솜씨를 부릴 작정이야? 남편 될 사람을 죽여 버린다면 그 죄는 천추 만대를
두고 씻을 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