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평동호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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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노인이 껄껄대고 웃었다.”핫! 핫! 핫! 빙여야! 까불지 말고 어서 이 청년 협객에게 자리

를 잡아 앉으시도록 해드려라!”소녀는 깔깔대고 호들갑스럽게 웃었다.”호호호‥‥‥ 젊으신

협객 ! 어서 이리 좀 앉으세요!”‘젊으신 협객’하고 부르는 나이 어린 아가씨의 음성은 밝

고도 감미롭고 부드러웠다. 듣는 사람의 가슴속을 설레게 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만 같은

, 그렇게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상냥하고 앳된 음성이었다.소세옥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치떠서 아가씨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봤다.아가씨와 시선이 마주치자 소세옥은 가슴속이

파도처럼 출렁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방년 십칠, 팔 세의 아가씨.비록 거친 무명옷을

아무렇게나 걸쳤다고는 하지만, 보기 드문 명모 호치(明眸皓齒)의 아리따운 얼굴은 절세

의 미모를 지닌 아가씨라고 해서 추호도 손색이 없는 깨끗하고 말쑥한 모습이었다.이 아

가씨의 모습에서는 유난히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자운 아가씨나, 강주 아가씨도

, 둘이 꼭같이 천하에서 드물게 보는 절세의 미모를 지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가씨에게서는 자운이나 강주 아가씨가 지니지 못한 독특한 기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 그 독특한 기질이란 뭣이냐? 이렇게 당장 꼬집어 묻는다면, 소세옥은 선뜻 그것

을 형용할 수는 없었다. 단지, 이 아가씨의 촉촉히 젖어 있는 것같이 윤기가 자르르 흐

르는 두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소세옥은 뭣이라 형언키도 어렵게 심신이 황홀

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심리상태는 일찍이 그가 어떤 아가씨에게

서도 느껴 보지 못한 독특한 감각이었다.아가씨는 별안간 어린 아이처럼 손뼉을 치면

서 자지러지게 웃었다.”오호호‥‥‥ 호호‥‥‥ 할아버지! 이 젊으신 양반이 왜 이렇게 저를

뚫어지도록 쳐다보신다는 거죠?”아가씨가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소세옥은 당장에 두

볼이 화끈화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몸둘 곳을 알 수 없을 지경

이었다.처음 대하는 남의 집 아가씨의 얼굴을 훔쳐보았다고 해서 그게 대단한 일은 아

니지만, 아가씨 편에서 너무나 솔직히 떠들어댔으니, 소세옥의 입장이 난처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소세옥은 점잖고 건전한 청년이었다 만약에 노인이 오해를 하

고 자기를 꾸짖기라도 한다면, 이게 무슨 꼴인가?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인은 도

리어 껄껄대고 웃을 뿐이었다.”청년 협객! 이리 좀 앉으시오! 이 철부지 계집애가 나

이 어린 탓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또 이 노부가 응석을 받아 주었더니 함부로 까

부는 것을 과히 언짢게 생각지 마오!””천만에‥‥‥ 별말씀을‥‥‥”소세옥은 우물쭈물 대

답해 넘기고 어색한 태도로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자리에 슬그머니 앉았다.미모의 아

가씨는 또 깔깔대고 웃었다.”호호호! 할아버지! 이 젊은 양반은 어째서 가면을 쓰

고 계실까요?”소세옥은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이번에는 눈을 치떠

바라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아가씨가 또 뭐라고 입을 놀리면 더욱 입장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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