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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이 서슴지 않고 대꾸했다.”나 말이지? 내게는 벌써 근사한 별명이 또 따로 있다.”

허비가 힐문이나 하듯 추궁하는 말.”그게 뭐라고 하는 별명이냐?”주육화상이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하는 말.”불사신(不死神)! 어떠냐?”허비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다는 듯 껄껄대고 웃

다가 나중에는 코웃음을 쳤다.”흥! 그건 네놈에겐 격에도 맞지 않는 엉뚱한 별명이다.”

매소천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비꼬아서 말했다.”핫! 핫! 핫! 그러면 각하께서는 오늘 끝장을

보셔야만 속이 시원하시겠단 말씀이시오?””물론이다.”주육화상이 또 말을 가로챘다.”저놈이

오늘 죽기로 약속되어 있으니까, 이 화상은 놈을 위해서 마지막 좋은 일이나 해주려고 왕생

경(往生經)이나 한 번 멋지게 읽어 줄 작정이다.”허비는 또 징글맞은 음성으로 기탄 없이 호

탕하게 웃었다.”우후후흥! 그런 경일랑 네 녀석을 위해서나 일찌감치 읽어 둬라. 좀더 시간

이 지나면 그런 기회마저 놓쳐 버리게 될 테니‥‥‥‥”주육화상은 일부러 오만상을 찌푸리고 금

방 울음이 터져 나을 것 같은 표정을 했다.”이 화상의 목숨까지 네놈은 빼앗아 가겠다는 거

냐?””네놈은 응당 제일 먼저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허비는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화상을 노

려보며 거침없이 대답했다.”매 형!”주육화상은 고개를 돌이키며 매소천에게 말했다.”이 화상

의 팔자는 정말 기구한 모양이오! 얼마 전에 젊은 아가씨 하나는 내 대가리를 두 쪽 내놓겠

다고 했고, 노인 한 분은 내 가죽을 벗겨 버리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또 숫제 이 화상더러 죽

어 없어지라고 하는 놈까지 나타났으니‥‥‥ 여보쇼! 두령님 ! 이 화상 녀석은 숙명적으로 남의

손에 죽게 마련인가 보오! 매 형은 어떻게 생각하시오?”매소천이 시치미를 뚝 떼고 하는 말.

“그럼 자네는 죽을 수밖에 없겠지!”주육화상은 깜짝 놀라며 펄쩍 뛰는 척했다.”뭐라구? 매

형까지 날더러 죽으라고 하는 거요?”매소천이 여전히 천연스럽게 하는 말.”자네가 죽지

않는다면 저놈이 별명을 고쳐야만 될 판이니‥‥‥‥”주육화상은 다시 고개를 돌이켜 일견사

허비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봐! 역시 네놈이 좋은 일 삼아서 별명을 오줌 먹는 개라고 고

쳐라! 이 화상을 불쌍히 여겨서라도‥‥‥ 나는 자식 하나도 없는데 죽는다면 누가 임종을

봐 주겠느냔 말이다.”허비가 격분한 어조로 호통을 쳤다.”이 화상놈아! 무슨 개수작을

하고 있는 거냐? 주둥아리를 닥쳐두지 못할까?”주육화상은 천연스럽게 대꾸했다.”내

내 상을 봐 주고 운명을 판단해 준 일이 있었다. 그 관상쟁이의 말에 의하면, 내가 죽을

때에는 반드시 아들 하나가 곁에 지켜 있을 것이라고 했다.